지하주차장의 매미 수필

어느 늦은 밤 귀가길의 지하주차장에서였다.

차 문을 닫고 출구쪽으로 걸어가는데, 등 뒤에서 푸드득 소리가 나더니 엄지손가락만 한 매미가 앞질러 날아갔다. 매미는 오래 날지 못하고 금새 자동차들 사이로 사라졌다.

나는 근처를 기웃거리며 그를 찾아보았다.

길어봤자 며칠인 목숨인데 가능하면 풀과 짝이 있는 바깥으로 내보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날개소리가 무색하게 추락하듯 땅으로 떨어지던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맥없고 안타깝게 느껴지도 했다.

자동차 사이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가만 생각해 보니 괜한 짓인 것 같았다.

7년을 땅속에서 보낸 매미에게 허락되는 지상에서의 며칠은 기나긴 인고의 세월에 비해 너무도 짧은 영광으로 보인다. 그래서 매미는 때로는 인생무상과 덧없음의 상징으로, 때로는 우렁차게 유한한 삶을 노래하는 비장함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관점일 뿐이다. 정작 매매의 입장에서는 삶의 마지막 일주일이 반드시 영광의 순간만은 아닐 것이다. 잡아먹힐 염려 없이 땅속에서 편하게 나무뿌리를 빨아먹으며 지내다가 어른으로서 할일을 다하기 위해 천적들이 우글거리는 땅 위로 나갈 때, 오히려 그들은 인생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때 두려움보다 설렘이 큰 것은 아직 젊기 때문이다. 그런데 땅 위로 올라온 매미는 이미 삶의 9할 이상을 다 보낸 말년이다. 심지어 다 죽어가는 판에 짝짓기를 해서 후사를 남길 임무가 남아있다. 천장의 흙을 쪼면서 새어들어오는 햇볕에 눈쌀을 찌푸리고 있는 매미는 아마도 행복한 방학을 보내다가 미루고 미룬 숙제를 시작해야만 하는 개학 전날의 심정일 것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아닌 노인대학 최고령자인 상태.

지하주차장에서 서성이던 나는 곧 가벼운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는 사실 별 탈없이 땅 속에서 천수를 거의 다 누린 녀석들일 텐데, 굳이 연민을 할 필요는 없겠지.

어쩌면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 구석에서 행복했던 땅속에서의 지난날을 떠올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남은 생을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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